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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닥터스 상임위원 송상용 교수, 인터메디컬데일리에 칼럼 기고
  • 작성일 2019-07-09 17:20:46
  • 조회수 9547

요즘 전 세계 팝은 한국의 BTS (방탄소년단)가 주름잡고 있다. 문화 분야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리의 정서를 노래하고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국가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간신히 주권국가로 자리 잡자마자 큰 전쟁을 치르고 폐허가 되었던 나라가 불과 20여 년만에 산업국가로 올라 섰고, 지금은 스포츠와 문화에서도 세계 정상급 국가가 된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세계의 문화대통령 BTS를 보며 문득 한국이 세계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일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름을 남긴다는 의미의 정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구 중심의 사고체계에 충격을 주었다든가 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 했던 일을 했다든가로 본다면, 필자의 분야에서는 세계 의학사를 장식한 한국에서의 사건이 떠오른다.


대중을 의미하는 팝 (Pop)과 우리가 똑같이 발음하는 의학의 팝 (Pap)은 Papanikolaou의 약자로써, Dr. Georgios Nikolaou Papanikolaou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그리스 출신으로써 아테네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모나코에서 활동하다가 1913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였다.


그는 코넬의대 해부학교실 뉴욕병원 병리과 소속으로 현미경 관찰을 통해서 여성의 질로부터 획득한 세포를 잘 관찰하면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을 1928년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그의 학술성과가 미국 의료계에서 인정받기까지는 15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이것은 그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하튼 1943년 그의 혁신적 진단방법은 처음으로 미국 의학 교과서에 소개되는데, 같은 병원에 근무했던 Johns Hopkins Medical School 출신 산부인과 의사인 Herbert Frederick Traut의 역할이 컸다. 결국 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1950년 Albert Lasker Award for Clinical Medical Research라는 학술상을 받게 된다. 참고로 이 상을 받은 사람들에는 혈액형을 발견한 Karl Landsteiner, 심장학의 Alfred Blalock과 Helen B. Taussig, 다나파버연구소의 Sidney Farber, 암 기전으로 유명한 Alfred G. Knudson Jr. 등이 있다.


 

비록 Pap과 Pop으로 철자는 다르지만, 의학의 Pap도 문화의 Pop과 같이 널리 퍼져 수많은 여성들이 불치의 진행암이 되기 전에 생명을 구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현재는 전통적인 Pap 검사법 대신 더 정확도가 높은 액상세포검사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팝 검사로 불리우고 있다.


팝 검사가 진단의 핵심인 자궁경부암은 현재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가 원인인 성병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Papanikolaou 박사가 상을 받았을 때인 1950년대에만 해도 성병이라는 것 조차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성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바로 한국전쟁이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명의 선진성이라는 점에서 한번쯤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한국전이 끝나갈 무렵인 1953년, 미국 인디아나주 애터버리의 미국 육군병원에서는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애터버리는 인디아나폴리스에서 40여분, 시카고에서 3시간 반 남쪽에 있는 도시로 미국이 참전하는 전쟁이 있을 때마다 기지로 이용되며 전쟁 중에는 군 병원, 평시에는 보훈병원의 역할을 하는 병원이 있는 곳이다. 갑자기 수십 명의 병사들 성기에 곤지름이 발생한 것이다.


기록을 보면 70명의 병사에게서 성기 곤지름이 발병했는데, 65명이 한국과 일본에서 귀환했고, 1명이 오키나와, 4명은 미국에 있던 병사들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귀환한 병사들은 65명 모두 현지 여성들과 성 경험을 했었고, 64명은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던 병사들이었다. 특이한 사실은 65명의 병사들 중 24명이 기혼자였는데, 그들의 아내 모두에게서 곤지름이 발병했다는 것이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이상이 없던 아내들은 남편 귀환 후 4~6주 사이에 성기에 가려운 무언가 자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곤지름이 발생한 병사들 중 일부에서는 매독, 임질, 원인 미상의 성병들을 동반하고 있었으나 증상 발생 후 신속히 치료를 하고 있는 상태였고, 귀환 후 관계를 가졌던 아내들은 곤지름 외 다른 성병은 발병하지 않았다. 당시 곤지름의 원인이나 기전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는데, 군의관들은 이 증례들을 정리해 JAMA에 투고하며 이 관찰을 통해서 발견된 곤지름이 성병일 것이라고 보고했다. 훗날 곤지름의 원인이 HPV라는 것이 밝혀지며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에 의한 성병이 암으로 진행하는 대표적 질환이라는 모든 기전이 밝혀졌는데, 그 긴 역사의 시작에 한국이 있었던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국민암검진사업 대상에 포함된 암으로써 국가에서 무료로 팝검사를 해주지만, 수검률이 절반 정도로 저조하다고 한다. K-Pop처럼 검사팝도 더 활발해져서 미래에는 내 진단 목록에서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자궁경부암은 인간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완치할 수 있는 암이기 때문이다.


(송상용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 스포츠닥터스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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